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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단절 없다" 출산·육아 이후 돌아온 여성 연구자들
작성일 2022-11-26 08:40:58 | 조회 169
"다시는 단절 없다" 출산·육아 이후 돌아온 여성 연구자들
"육아 대신해줄 사람 없어 연구 경력 끊겨…공부한 게 아까웠다"
WISET 사업으로 복귀 도전해 '우수경력복귀 여성과기인' 선정



(서울=연합뉴스) 문다영 기자 = 의과대학에서 생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대학과 기업을 오가며 10년 넘게 줄기세포를 연구하던 이정미 씨는 2018년 일을 돌연 그만뒀다.
그전까지 이씨는 아이를 낳은 뒤 육아휴직 기간을 다 채우지 않고 연구실에 복귀했고, 친정어머니 도움을 받아 자녀를 키우며 한 번도 연구를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다. 직장도 친정과 가까운 대학으로 옮겨 주말 부부를 하면서도 연구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 어머니가 아버지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 닥치자, 당장 이씨 대신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 퇴근은 아무리 빨라도 오후 7시였고 늦으면 11시를 넘는 날도 많아 아이를 막연히 어린이집에 맡기기도 어려웠다.
이씨는 2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자리를 비울수록 연구 진행이 안 되니 결국 그만뒀다"며 "결혼과 출산, 육아의 고비도 넘겼는데 의도치 않게 일을 쉬려니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이씨는 "많은 이공계 여성 연구자들이 보통 출산과 육아를 기점으로 일을 그만둔다. 좀 쉬다가 다시 오겠다고 하지만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며 "그런 것(출산과 육아)으로 그만두기에는 내가 왜 공부를 했을까 싶고 (경력이) 아까웠다"고 말했다.
대학 연구교수였던 양승옥씨도 지난 2016년 말 출산을 하면서 일을 그만뒀다. 그는 서울의 한 약학대학에서 대사체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연구자였다.
임신 당시 그는 아이를 낳고 난 뒤에 연구 활동을 지속할 수 없다는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다시 연구자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고 양씨는 말했다.
육아를 하면서도 연구의 꿈을 놓지 않았던 이들은 지난 2019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의 '여성과학기술인 R&D 경력 복귀 지원사업' 공고를 발견해 합격했다.
이 사업은 출산과 육아, 가족 구성원 돌봄, 질병 등의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석·박사 이공계 여성에게 인건비를 지원해 준다.
이씨는 성균관대 공과대학 화학공학과 박재형 교수 연구팀에 이 사업으로 2019년 파트타임 자리를 구하는 데 성공해 줄기세포 배양일을 맡게 됐다.
연구팀은 그간 필요한 세포를 보통 외부에서 사 왔는데 이씨가 합류한 뒤부터는 세포를 배양해 동결해서 보관하는 세포뱅킹시스템이 마련됐다고 한다. 이씨는 이 연구팀에서 일하며 SCI급 논문 5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양씨도 서울대 농생명과학공동기기원 대사체 분석센터에 자리를 잡고 연구자로서의 길을 다시 걷기로 했다.
양씨를 누구보다 도운 사람은 가족이었다. 양씨의 부모님은 양씨에게 '공부한 것이 아까우니 나가서 일하라'며 손주를 대신 봐주겠다고 했다.
복귀한 양씨는 천연물이나 생체시료에서 대사체를 분석하는 일을 하며 국내외 논문 8건에 이름을 올리고 학술대회에 발표도 했다. 연구자들과 교류하며 국가기관위탁과제를 수주하기도 했다.
절실한 마음으로 돌아온 만큼 열심히 일했던 이들은 지난 23일 여성과학기술인연차대회에서 우수경력복귀 여성과학기술인으로 선정돼 상을 받았다.


이들의 성공적인 경력 복귀에는 연구팀의 배려와 양육의 부담을 대신해 준 가족들이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또 더 많은 경력단절 이공계 여성들이 지원 사업을 통해 다시 한번 도전을 하길 기원했다.
이씨는 "업무를 인정하고 공적을 나눠주신 교수님께 너무 감사하고,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연구계에서) 오래 일을 하면서도 지원 사업이 있는 줄 몰랐기 때문에, 여성 과학자들에게 지원사업에 대한 더 많은 홍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양씨는 "저를 일할 수 있게 해준 농생명과학공동기기원과 끝까지 응원해준 가족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여성은 출산 이후엔 육아를 도와주는 사람 없이 경력을 유지하는 것이 정말 힘든 일이다"며 "어렵게 경력 복귀를 한 만큼 이전보다 더 노력하는 연구자가 될 것이며 여성 과학자 발전에 더 많은 기여를 하고싶다"고 했다.
zero@yna.co.kr
(끝)